작전주 사건파일 "미다스의 손" - 거품을 동반하는 테마주를 경계하라 1-1(1-2 연속)
이중 플레이 / 2006년 9월 26일
"황 상무, 250개 준비해 둬."
구민승이 대주주로 있는 범현로지스틱스 회장실.
구민승은 자신의 신복인 황 상무에게 250억 원
조달을 지시했다.
조평선의 자금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중에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법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범현로지스틱스에서
빌리는 거.
하지만
말이 대여일 뿐,
뚜렷한 담보도 제공하지 않은 횡령이었다.
그는 황 상무를 돌려보내고,
휴대 전화를 들었다.
"저, 구민승 입니다.
일전에 9,000원에 매수하겠다고 했는데,
장내에서 7,000원대 중반에서 8,000원대로
팔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미디어튜브 대주주 임성진과는 다른 배를
탄 이현철이었다.
다름 아닌 비우호 지분 보유자.
"그럼 차액은 어떻게 하기려고요?"
이현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아 그건, 당연히 보전해 드려야죠."
구민승은 휴대 전화에 대고 미디어튜브 지분 10%을
가지고 있는 이현철에게 귓속말하듯 속삭였다.
미디어튜브 최대 주주의 지분은 20% 남짓,
모두 인수한다 해도 경영권 확보에는
조마조마한 지분율이었다.
그래서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했고,
최대 주주의 비우호 세력인 이현철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이현철에게 미디우튜브를 인수합병(M&A)할 것이라며
보유 지분 10%을 주당 9,000원에 넘기라고
제안했고,
이현철도 승낙했다.
그렇다면
장외에서 지분 매매 계약을 맺으면 될 터.
그런데
구민승은 갑자기 장내에서 이현철에게
자본 매도를 요청한 것이다.
9,000원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 생긴
손해를 모두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이현철로서는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하지만
구민승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장외에서 지분은 인수하든,
장내에서 인수하든
구민승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주당 9,000원.
그러데
그가 굳이
장내에서 인수하려고 하는 건 무슨 꿍꿍이일까.
"시작해 주시죠."
장이 끝나기 2시간 전,
구민승은 이현철에게 매도을 요청했다.
진전 체결가는 8,190원,
이현철은 8,000원에 매도 주문을 냈고,
조금씩 가격을 낮췄다.
구민승도 미리 사 두었던
주식 매도 주문을 넣었다.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아니가 다를까
곤두박질쳤다.
장 종료 20분을 남겨 둔 2시 40분 현재,
체결가는 7,500원.
구민승은 쾌재를 불렸다.
"접니다. 7,600원에 8만주 매주해 주세요."
그가 전화를 건 사람은 홍콩에 갔을 때
그를 조평선에게 안내했던 호리호리한 남자.
바로 크레딧 스위스 직원이자
조평선의 재산 관리인인 김용선이었다.
"어, 이상한데요. 체결이 아됩니다."
김용선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뭐라고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구민승은 수화기를 바짝 입으로 당기며 허등댔다.
"전산에 문제가 있나 봅니다.
매도(주식을 팔아넘김) 주문을 일단
취소 하세요. 지금 체결이 안됩니다."
잘못하면 저가에 매도 주문한 수량을
누군가 거둬 갈 수도 있는 상황,
구민승은 바로 이현철에게 전화를 걸어
매도 주문 취소를 요청했고,
이현철 물량은 다시 거둬들었다.
등골을 타고 진땀이 흘렀다.
그나마
물량을 뺏기지 않고 주가가 7,300원으로
떨어진 채 장이 끝나 게 다행이었다.
이제
남은 건 정규 장이 끝나고 단일가로 체결되는
시간 외 사장(정규 시장이 끝난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시장),
구민승은 이현철에게 블록딜(시간 외 매도 주문)을 요청했다.
그리고
김용선에게 다시 전활르 걸어 시간 외로
나온 물량을 사들이라고 지시했다.
주식시장에서 한순간의 실수는 곧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
하마터면 저가에 물량을 빼앗길 뻔한 아찔한 순간을
모면하고,
비우호 지분까지 모두 회수했다.
구민승이 거둬들인 물량은 29만주,
평균 매수 가격은 7,300원.
전체 무량의 9%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다시 그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이제 유상 증자 가격을 낮출 수 있겠군."
구민승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장외에서 주장 9,000원에
비우호 지분을 모두 매수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장내 매수를 고집한 구민승,
그는 거래 가격을 토대로 결정되는
유상 증자 가격을 낮추려고
장냉서 주식을 사들였던 것이다.
결전의 날 / 2006년 9월 27일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회사에서 지정한 사람에게
유상 증자를 하는 것)와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이 이사회를
통과했음을 알립니다."
미디어튜브 이사회가
구민승의 3자 배정 유상 증자 참여와
신주인수권부 사채 인수를 승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구민승은 사실상
미디어튜브 인수를 확정했다.
유장 증자 참여자는
구민승을 비롯해
홍콩계 펀드인 글로리초이스차이나,
스카이에셋,
그리고
크라운 그랜드,
유상 증장 물량은 150만주,
유상 증자 가격은 7,000원으로 결정하였다.
물론
홍콩계 펀드는
조평선이 실제 주인이었다.
그리고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구민승이 180만주를
주당 8,300원에 전량 인수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오후가 되면서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공시 전이었지만 이사회 결의가 끝나자마자
전염병처럼
구민승의 증권시장 입송 소문이 퍼졌다.
주가의 기세는
마치
상어가 먹이를 삼키듯 거침없었고,
쏟아지는 물량은 상업의 입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말할 것도 없이 상한가
(주가각 가격 제한 폭인 15%까지 오르는 것).
구민승의 증권시장 입성을 알리는 축포였다.
탈출 / 2006년 10월 18일
구민승은 계약대로 유장 증자에 참여한 지
일주일 만에 미디어튜브
신주인수권부 사채 1주당 8,300원에
180주만주를 사들였다.
또
미디어튜브 최대 주주에게서 지분 20%에
해당하는 82만주를 80억 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인수 작업은 마무리됐다.
주가는 연일 고공 행진이었다.
유상 증자 참여 전날 7,300원으로 끝났던
주가는 13일거래일(9월 28일-10월 18일)
동안
상한가 행진을 계속한 끝에
3만 8,000원까지 급등했다.
개미들은 살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며
아우성 이었다.
"이제는 빠져나갈 시간이군."
구민승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후 무렵,
공시가 나왔다.
구민승이 가지고 있던 미디어튜브의
신주인수권부 사채 180만주 중 절반인
90만주 주당 4,5000원에
홍콩회사인 카이드익스프레스에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엄청나게 오른 주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외국계 투자사가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사들이다니,
개미들은 회사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
그렇게
개미들이 주식을 보유하거나 더 사들이도록 한 후에
자신은 유유히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조평선과 미리 약속한 탈출 전략이었다.
매각이 성사되면서
구민승이 거머쥐게 되는 돈은 300억 원,
범현로지스틱에서 빼온 250억 원 갚고도
남는 돈이었다.
"회장님, 황 상무가 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전화을 연결하는 비서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어? 황 상무, 무슨 일이야?"
구민승은 인터폰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기자들이 난리도 아닙니다.
갑자기 보름 만에 지분을 판 이유가 뭔지
묻는데 어떻게 할까요?"
황 상무는 초조한 목소리로 답을 기다렸다.
"카인드의익스프레스는 장기 투자 목적으로
참여했다고 하고,
90만주를 팔더라도 경영권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해."
구민슨은 자못 여유 있는
말투로 황 상무에게 말을 전했다.
먹튀 / 2006년 10월 17일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신문을 펼쳐 든
구민승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그가
지분을 매각한 이유와
카인드익스프레스의 정체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기사가 실렸다.
한마디로 "먹튀"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미디어튜브 최대 구민승 씨가 한 달여 만에
지분을 팔았다.
구씨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미디어튜브 주가도 13일 연속 상한가를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구씨가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까지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무려 5배 이상 뛰었다.
구씨가 팔아 치운 신주인수권부 사채 중
절바인 90만주는
홍콩계 투자 회사인 "카이드익스프레스"가 사들였다.
매각 금액은 405억 원에 달한다.
구씨가 시주인수권부 사채 180만주를 151억 원에
인수한 것을 감안하면
한 달도 안 돼 330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미디어튜브 측은
"카인드익스프레스의 투자 목적은 장기 보유"
라며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매각해도
구씨의 지분율은 1대 주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씨의 지분 이유에 대해선
"개인적인 사정으로만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구씨의 지분 인수 소식에 뒤늦게 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만 낭패를 볼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경영 참염 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한 후
단기간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작업에 마찰음이 들렸다.
장이 열리면서 하늘 모르고 치솟던 주가도
게걸음을 쳤다.
이대로라면
카인드익스프레스가 인수한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다시 매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의 마음 언저리에 여유가 사라지고,
조바심이 움트기 시작했다.
돈 비린내 / 2006년 12월 16일
"그래서 지금 손실이 얼마야?"
김용선의 설명을 드고 있던
조평선은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
"그게...."
조평성의 볼멘소리리에
김용선은 말꼬리를 내렸다.
4만 5,000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한
신수인수권부 사채,
하지만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주가는
3만 원대 초반에서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어린 녀식에게 당한 것일까?"
구민승의 제안에 선뜻 응한 게 문제였다.
우회상장할 범현여행의 가치를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럴싸한 작전에
휘말렸다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구민승 연결해"
조평선은 다시 한 번 김용선을 다그쳤다.
"삼촌이다.
어떻게 된 거나?
주가가 빌빌거리고 있잖나."
조평선의 언성이 높아졌다.
"걱정하지 마십쇼.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책이고 뭐고,
적정 수익 보장한다는 약정서 하나 써라.
그렇지 않으면 나도 신주인수권부 사채
인수 대금 납입할 수 없으니까."
이미
구민승이 보유한 신주인수권부 사채 90만주를
카인드익스프레스가 인수했다는 공시가 나간 상태.
그런데
이제 와서 대금을 주지 않으면 주가는
곧두박질칠 게 뻔한 일이었다.
조평선은
구민승을 벼량 끝으로 몰고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삼촌이 투자한 금액의 원금을 보장한다는
확인서저도 쓰면 되겠습니까?"
구민승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것도 좋다만
주가와 상관없이 원금과 일정 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이면 좋겠는데..."
비린내가
구민승의 코끝을 맴돌았다.
돈 비린내였다.
자본주의의 총아는 항상 이간을 시험하곤 한다.
인간은 교환의 매개체로 돈을 만들었지만,
돈은
인간의 치열한 본성르 자극해
인간성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도록 종용한다.
삼촌이리며 따랐던 사람이지만
그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돈의 노예일
수밖에 없다.
그를 원망한고 싶지도 ,
비난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입맛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파국 / 2008년 6월 19일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날이었다.
구민승은 이제 증권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미디어튜브를 시작으로
액티디아와 엠피디,
동면 철강,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트렸다.
화려한 데뷔식 정도을 꿈꿨던
그에게
이렇게
뜨거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줄은 몰랐다.
LC그룹 쪽에서는
너무 나대지 말라는 메세지가
가끔씩 전해졌지만,
그에게는 시샘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회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황 상무가 숨을 헐떡이며 말을 뱉었다.
"무슨 일이야?"
어느 때처럼
아침 일찍 출근해
모닝커피를 마시던
구민승으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찰, 검찰이...."
황 상무의 말리 끝나기도 전에
건장한 수사관
서녀 명이 회장실로 들이닥쳤다.
"구민승 씨,
당신을 증권거래법 위반 및
배임(회사에 손해를 끼침)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귄리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구민승의 뇌리에
조평선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삼촌이 나를.,..."
조평선은 2003년 출국한 뒤로
줄곧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생활해 왔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5년 만에 입국했다가
곧바로
검찰에 끌러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평선이 김우전 던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대연그룹이 해체되지 않도록 정권에
로비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로비에 관여했는지 추궁했다.
수사의 핵심은 대연그룹 구명 로비였다.
그런데, 갑자기 왜 나를.....
구민승은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튈 줄은
몰랐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수사관 2명이 승용차 뒷좌석에 앉은 자신을
양쪽에서 붙들고 있어
움짝달짝할 수 없었다.
"나를 체포할 때 증권거래법
위반과 매입 혐의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삼촌과 내 일을 모두 알고 있단 말이가?"
구민승의 머릿속에
혼한
그
자체였고,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어느새 구민승을 태운 승용차는
출근 차량을 해집고
대검찰청 청사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이후
1-2에서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