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사건 파일 "꼭두각시" 3-2 (3-3 해결편 연속)


탈출 / 2007년
"여보세요. 아 형님이신군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사업이 쉽지가 않아서 지분을
매각한 겁니다."
박경민은 연신 걸려온 전화에
응대하느라 짜증이 일었다.
속 모르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한 이유를 물어 댔다.
하지만
이미 증권시장 입성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구체적인 일정은 50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에 참여한다는
공시를 내보낼 때부터 조훈성과 조율했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자꾸
유상 증자를 참여를 미루면서
홍콩에 세운 펀드
딘애셋매니지먼트를 이용해
우호 지분을 정리하는 게
첫 번째 단계였다.
딘애셋매니지먼트는
맥각되는 우호 지분을 받아 낼
총알받이였다.
그리고
곧바로
유상 증자 철회,
마지막 절차는
경영권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는 공시였다.
지분과 경영권이
개인 사업가인
안중만에게 넘어갔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언론은 집중포화를 하고 있었다.
박경민 씨가 코스닥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난 3월 월코프를 인수하며
증권시장에 입성한 지 아홉 달 만이다.
월코프 최대 주주
박경민 대표는 보유주식 10만여주(지분 6.88%)와
경영권을
개인 사업자로 알려진
안중만 씨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박씨는 13억 원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올해 3월 월코프 경영권과
지분 2%를 사들였다.
이후 박씨는 자외 매수와 유상 증자 등을
통해 지분율를 6.98%까지 높였다.
이때까지 투입된 자금은
모두 74억 원.
하지만
박씨가 지분과 경영권을 넘긴
가격은 61억 원.
결국,
13억 원을 밑지고 판 셈이다.
박씨를 대상으로 진행됐던
3자 배정 유상 증자도 전격 철회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씨가 지난 7월 유상 증자에 참여하면서
증자 물량에 걸었던
보호 예수도
아무런 실효성이 없게 됐다.
월코프 관계자는
"박경민 씨가 회사를 떠나기로
한 마당에 유장 증자를 진행하는
게 무리"라며"개인적인 판단으로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박경민은 쇄도하는 비난 속에서도
오히려 마음만은 편안했다.
비난이야 하루 이틀 후면
사그라질 게 뻔했다.
그에게는 유혹에 빠져
선뜻 참여했던 주가조작이
별 탈 없이 끝났다는 게
후련할 뿐이었다.
그에게 주어졌던 고액의 연봉과 비서,
그리고
고급 자동차가 그리워지겠지만,
꼭두각시 노릇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복제인간 / 2008년
"김 사장님.
20억 원만 투자하면
몇 년내에 수백억 벌 수 있습니다.
일단 회사 인수하면
곧바로 지분을 보장하는
각서를 써 드리겠습니다.
지금 입금하지 않으면
모든 게 끝장입니다."
"그게 참..."
박경민은 지인에게
소개받은 김옥선에게 전화로
코스닥 업체인 포스를 함께
인수하자며 재촉하고 있었다.
조훈성에 이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맛본
코스닥 사장은
파라다이스나 다름 없었다.
마음고생을 하긴 했지만,
재벌가라는 간판 하나로 돈이
따라붙는 별천지였다.
그는
김옥성를 꼬드기기 위해서
또 다시 자신의 간판을 팔았다.
"제가 명색이 재벌가고,
선대에서 물려받은 신림동 3만 평 땅값도
수천 억원이나 됩니다.
건설업체 인수하려고 법무법인에 맡겨
놓은 에크로 자금
(계약 파기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계약금을 법무법인에 맡겨 놓는 것)도
70억 원 되고요.
지금 당장 자금 융통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20억 원 돌려드리는 건 일도 안니죠."
박경민은 김옥선의 자금을 빌려 포에스를
인수하는 무자본 M&A를 시도하고 있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투자에 문외한이었던 그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박경민은 증권시장ㅇ서
머니 게임으로 닳고 닳은 조훈성를
닯아 있었다.

회한의 눈물 / 2009년
서울중앙지검법원 형사 대법정 302호,
죄수복을 입은 박경민이 고개를
떨군 채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 7월 갑자기 들이닥친
검찰은 박경민을 횡령 및 배임,
주가조작 혐의로 체포했다.
그리고
한 달에 걸친 검사 수사로
박경민은 조훈성과 함께
월코프의 주가조작을 통해
112억 원의 부당 이들을 취하고,
100억 원이 넘는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모든 게
한번 질끈 감았다 뜨면
깨어날 악몽 같았다.
조훈성을 만날 때만 해도
자신이 이런 신세로
전락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달콤한 유혹은 그를 최면에 빠트렸고,
어느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1년 동안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박경민은 희생양이 자신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와 마찬가지로
노백서 전 국무총리의 아들
노지만도 조훈성의 덪에 걸렸다.
노지만은 다섯 달 동안 조훈성의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던
아이하이텍 주가조작에
바지사장으로 활용됐다.
"전원 일어서 주십시요."
법원 방호원의 말에
박경민은 고개를 들었다.
재판장과 배석 판사까지 마치
저승사자처럼 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름과 성명, 주민등록번호를
대라는 재판장의 말에
박경민은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재판장은 말이 끝나자
선소하겠다며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피고인 박경민."
재판장의 일성이 박경민의 귀에 박혔다.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징년 2년 6개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박경민은 기실 집행 유예라는 단어가
아니어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바람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
박경민은 긴 탄식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사건의 진실
"꼭두각시"는 뉴월코프와
아이에스하이텍이 실질적인 소유주였던
조모 씨의 주가조작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스토리다.
조씨는 구본호가 재벌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트리자
두산가 4세인 박중원과 노신영 전 국무총리이
아들 노동수를 끌여 들여 주가조작에 나섰다.
주가조작에 활용된 업체는 자신이
사채 자금 등으로 인수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뉴월코프와 아이에스하이텍 등이었다.
조씨는 박중원과 노동수의 경영 참여와
신사업 진출이라는 호재성 소재를 터트려
주가를 부양시키 뒤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오는 수법을 썼다.
조씨에게 박중원과 노동수를 소개한
장본인은 황제 테니스 사건 때
등장했던 선모 씨였다.
조씨는 박중원이 자기 자금으로
뉴월코프 지분과 경영권를 확보하고는
쿠웨이트 오일슬러지 사업에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처럼 호재성 뉴스를 유포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쿠웨이트 현지 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주가는 박중원과 조씨의 만남이 있었던 때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1,000원대에서 1,900원까지 올랐다.
조씨는 분위기가 무르익자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300억 원대의
일반 공모 유상 증자를 해 투자금을 유치했다.
물론 자신도
차명 계좌를 이용해 유상 증자에 참여했다.
하지만
보름만에 조씨는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 400만주를 팔아 치워 15억 원을 챙겼다.
일반 투자자들은 박중원이 유상 증자를 통해
지분을 늘린 만큼 오일슬러지 사업이
본격화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때다.
이후 또다시
박중원이 50억 원의 유상 증자에 참여할
것이라는 공시를 내보냈다.
개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속임수였다.
하지만
박중원을 대상으로 한 유상 증자는
치일피일 미뤄졌고,
박중원이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조작은 막을 내렸다.


여덟 달만에 박중원 주연의 뉴월코프
주가조작이 끝난 것,
이때 박중원이 지분을 넘긴
인물 역시 조씨가 내세운 바지사장이었다.
조씨가 꾸민
아이에스하이텍 주가조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중원 대신
현대가 정일선과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아들
노동수가 등장하는 것만 다르다.
아이에스하이텍은 2007년 6월에
BNG스틸 정일선 대표 등이
유상 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공시하자마자 주가는 5일 동안 상한가를
달렸다.
당시 아이에스하이텍은
현대.기아자동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가가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은
엄청난 호재였다.
곧바로
전 국무총리의 아들인 노동수가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주가는 맥을 못 쳤다.
조씨는 뉴월코프에서처럼 미리
차명으로 주식을 사놓고
주각 급등 시점에 팔아
시세 차익을 남겼는지 검찰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아이에스하이텍 유상 증자에
참여한 해외 펀드
WILSHIRE.GIBBS가 BNG스틸 정일선 대표 등이
소유주라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정일선 형제는
정상적인 투자였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았는데
재판 과정에서 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조씨와 박중원은
횡령 혐의도 받았다.
뉴월코프가 다른 회사에 자금을
빌려 준 것처럼 서류를 꾸며
100억 원을 빼돌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결국,
조씨와 박중원은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아
철창신세로 전략했다.
조씨와 박중원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던
서울테이니스혐회 신모 전 회장과
노동수는 집행 유예를 선고 받아
감옥살이는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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