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쌓은 100억
프롤로그
대한민국 남해안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김도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명문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사업 수완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가 가진 것은 단 하나.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스물여덟 살에 중소기업 생산직으로 입사한 도윤의 실수령 월급은 세금을 떼고 약 200만 원 남짓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그 돈으로 언제 부자 되냐?"
"로또나 사라."
"주식은 위험하다."
하지만 도윤은 생각이 달랐다.
"나는 빨리 부자가 될 생각이 없다."
그는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100만 원을 떼어냈다.
생활비는 나머지 100만 원.
그리고 투자금 100만 원은 오직 한 종목에만 넣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 우량주.
많은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평가하는 종목이었다.
주가는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반복했고 뉴스에서도 거의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도윤은 흔들리지 않았다.
30대의 시작
첫 투자금은 100만 원.
주식을 사고 나니 수량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달 뒤.
주가는 5% 하락했다.
친구들은 웃었다.
"손실 났네?"
"벌써 마이너스야."
도윤은 담담했다.
"좋네."
"뭐가 좋아?"
"같은 돈으로 더 많이 살 수 있잖아."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가가 오르길 원했다.
하지만 도윤은 오히려 떨어지길 바랐다.
왜냐하면 그는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33세
월급은 조금 올라 230만 원이 되었다.
그래도 생활비는 크게 늘리지 않았다.
여전히 투자금은 월급의 절반 이상이었다.
회식도 최소한으로 참석했다.
명품도 없었다.
새 차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바꿀 때 그는 몇 년 된 기계를 계속 사용했다.
대신 그의 계좌에는 주식 수량이 차곡차곡 늘어났다.
1,000주.
2,000주.
3,000주.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도윤은 행복했다.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수량이었다.
35세
시장이 폭락했다.
경제 위기가 찾아왔다.
뉴스에서는 연일 공포를 외쳤다.
많은 투자자들이 손절매를 했다.
인터넷 게시판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도윤은 평소보다 더 많이 샀다.
성과급이 나오자 전액 투자했다.
퇴직금 중간정산도 하지 않았다.
적금도 깨서 넣었다.
동료들은 말했다.
"미쳤냐?"
"더 떨어지면?"
도윤은 웃었다.
"회사가 망하면 어쩔 수 없고."
"안 망하면?"
"지금은 할인 행사 중이지."
40세
어느새 투자 12년 차.
주식 수량은 수만 주가 되었다.
주변 친구들은 집값 상승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자동차 할부를 자랑했다.
누군가는 해외여행 사진을 올렸다.
도윤은 조용했다.
그는 SNS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배당금을 다시 투자했다.
배당금이 배당금을 낳기 시작했다.
눈덩이가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45세
회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다.
매출도 늘었다.
순이익도 증가했다.
신사업도 성공했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답답해했다.
도윤은 오히려 만족했다.
"더 모을 시간이 늘어났네."
그는 월급 인상분도 모두 투자했다.
매달 사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그는 매수 버튼을 눌렀다.
50세
투자를 시작한 지 22년.
계좌를 확인한 도윤은 잠시 말을 잃었다.
회사의 실적은 꾸준히 성장했고 시장도 그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저평가되었던 주식이 드디어 재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는 몇 배씩 상승했다.
그가 모아온 수량은 엄청났다.
계좌 평가금액.
20억.
30억.
50억.
70억.
그리고 어느 날.
100억 원을 넘어섰다.
도윤은 컴퓨터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젊은 시절부터 20년 넘게 반복했던 행동.
월급 받기.
생활비 남기기.
주식 사기.
그 단순한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마지막 결심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비결이 뭐야?"
도윤은 웃으며 말했다.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좋은 종목을 찾은 거잖아."
"아니요."
"그럼?"
도윤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좋은 종목보다 더 어려운 건 좋은 종목을 20년 동안 안 파는 거예요."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사실 대부분은 좋은 회사를 만나도 중간에 팔아버린다.
10% 오르면 팔고.
20% 오르면 팔고.
폭락하면 무서워서 팔고.
남들이 비웃으면 팔고.
도윤은 달랐다.
그는 매수보다 기다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에필로그
55세가 된 도윤은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검소했다.
여전히 평범했다.
다만 한 가지가 달라졌다.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젊은 시절 사람들이 비웃었던 느린 길.
그 길의 끝에는 화려함 대신 거대한 자유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도윤은 자신의 투자 일기 마지막 장에 이렇게 적었다.
"부자는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매달 반복한 평범한 선택이 20년 동안 쌓인 결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