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외국인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펀드를 경계하라
신념을 잃지 않는 다는 것과
주식투자는 벌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식투자의 성공비결은 잃지 않는 데 있다.
그렇다면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신념이 있어야 할까?
기업에 대한, 국가에 대한,
사회에 대한 믿음이다.
-피터린치-
수수께끼 /2010년
"도대체 어떻게 해외 펀드를
수사한다는 거지?"
서울중앙지검검찰청 1층 휴게실.
MBS 마주식 기자는
출근길에 사 들고 온 타블로이드
신문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러게요.
이런 헤지펀드는 대부분
조세피난처(법인세나 소득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에 설립돼서 주인이
누군지도 모를 텐데.
선배 또 찌라시(사설 정보지)
보고 쓴 거겠죠"
후배인 송한섭 기자는 담배를 꼬나물고는
중얼거리듯 답했다.
마 기자의 시선이 멈춘 곳은
검찰이 퍼시픽얼애셋이라는 해외 펀드를
수사하는 짤막한 기사,
후배는 타블로이드 신문은 소문만 듣고
기사를 쓴다며 애써 평가 절하했지만,
마 기자는 며칠 전에 만났던
삼미기업 대외협력팀 박동삼의 말이 맴돌았다.
"마 기자!
요즘 검찰이 재밌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엑사라는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던
퍼시픽애셋이라는 해외 펀드인데,
투자한 국내 회사만
수십 개라더군,
더 재미있는 것은 설립자가 홍콩이래."
박동삼이 말을 꺼냈을 때는 마 기자도
잠꼬대 같은 소리라며 껄껄 웃어넘겼다.
외국계 펀드는 유령 같았다.
특히나
번진아일랜드나 필리핀 라부안 등
조세회피지역에 설립된 펀드는
실제 주인조차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지역에서는
1,000만 원만 주면 하루 만에
현지인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펀드를 설립해 줬다.
실제 주인은 철저하게 베일에 싸이고,
수사는 헛물만 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동선은 그렇다 쳐도,
타블로이드 신문에까지 정확한 펀드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외면하기에는 정황이 매우 구체적이었다.
마 기자는 자리에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으로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에
접속했다.
법인명 엑사, 검색 시간은 넉넉하게
2001년부터 2010년 8월,
지분 공시와 하위 카테고리인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클릭하고 엔터 키를 쳤다.
모니터 화면에 제출인 명
퍼시픽애셋매니지먼트가 또렷하게 나왔다.
다시 보고서를 클릭해 들어가 보니
설립지는 홍콩,
대표자는 홍콩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스탠리T.곽으로 표기돼 있었다.
예상대로
우리나와 연결할 수 있는 단서는 전혀 없었다.
다만 업무상 연락처에 국내
로펌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취재 단서를 잡기 어려웠다.
마 기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 접속해
곧바로
법인 등기 열람을 클릭해 법인명에
퍼시픽애셋매니지먼트라고 쳤다.
화면에는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덩그러니 떴다.
다시 자판으로 퍼시픽애셋이라고만 치고
엔터을 치고 눌렸다.
"빙고"
법인명 피시픽애셋 폐쇄 여부,
살아 있는 등기.
이 회사가 퍼시픽애셋매니지먼트와
어떤 연관이 잇는지는 알수 없었다.
하지만
해외 펀드라 하더라도
국내에 연락소를 두는 게 일반적이다.
적어도
퍼시픽애셋매니지먼트의 국내 연락책은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인 등기에는 등록자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항터미널로 나와 있었다.
내일이면 정체가 들러날 듯했다.
유령 / 2010년
"선배, 퍼시픽애셋이라는 회사는 없는데요."
아침 일찍 삼성동 공항터미널로 취재를 나간
송한섭 기자는 허탕을 쳤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샅샅이 뒤져 봤어?"
마 기자는 못 미더운 듯 되물었다.
"네, 건물 관리인까지 찾아서 물어봤는데
그런 회사는 없답니다.
퍼시픽애셋을 담당하는 법무법인만 옆 동에 있습니다."
송 기자이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법무법인에서 뭐라고 하는데?"
마 기자는 집요하게 되물었다.
"자기들은 이메일로 연락이 오면
공시를 대행해 주는 업무만 처리해서
아무것도 모른답니다."
송 기자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데
대해 괜히
부아가 치밀었다.
"뭐야, 그럼? 미치겠네. 일단 돌아와."
마 기자도 답답하긴 매한가지였다.
법인 등기에는 공시 업무를 맡는
법무법인의 주소를 법인 등록지로
기재한 것으로 보였다.
결국, 원점.
마 기자는 한숨만 내쉬었다.
풀릴 것만 같았던 실타래가 또다시
뒤엉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
검색 사인트에 접속해
퍼시픽애셋을 쳤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회사에 투자했다.
주로
신주인수권부 사채나 전화 사채 인수,
그리고
유상 증자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검색했을까.
마 기자의 시선이 멈칬했다.
퍼시픽애셋, 뉴월코프 유상 증자 참여.
뉴월코프라면
두산가 박중원이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주가조작을 했던 업체.
박중원은 이 사건에 연루돼 법원에서
실형을 받았다.
마 기자는 다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접속해 뉴월코프의 공시 내용을 살폈다.
퍼시픽애셋은 뉴월코프 유상 증자에 참여해
2007년 1월에 지분율 19%로 최대 주주였다.
문득
박중원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단서를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실마리 / 2010년
마 기자의 앞에 A4용지가 수복이 싸여 있었다.
170페이지에 달하는 박중원의
판결문이었다.
책 한 권은 나올 만큼 방대한 양이었다.
마 기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판결문을
집어 들었다.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인 데다가 이 많은 판결문을
언제 읽나 하는 생각이
짜증이 밀려왔다.
한 줄 한 줄 읽었지만 좀처럼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품만 연신 쏟아졌다.
90페이지 넘게 읽었지만,
여전히
퍼시픽애셋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아, 미치겠다.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는지..."
장탄싱을 내뱉으며 판결문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마 기자는 판결문쪽으로 재빨리 시건을 돌렸다.
97페이지 중간 쯤.
퍼시픽애셋이 2007년 5월과 2007년 7월
이수민 김경선 머큐리애셋어드바이저리 명의로
유장 증자로 참여했고.....
"드디어 찾았다."
마 기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렸다.
퍼시픽애셋의 정체가 한 꺼풀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판결문대로라면 퍼시핏애셋은
이수민과 김경선의 명의 이용했다.
순수한 외국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내국인의 명의를 빌려
투자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외국인을 가장한 국내 투자자,
검은 머리 외국인일 확률이 높았다.
마 기자는 다급히 다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을 열어 머큐리에셋어드바이러지를
검색했다.
설립자는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
그리고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 들어가
머큐리애셋으로 검색해 봤더니
대표자는 역시
퍼시픽애셋의 대표였던 이수민.
홍콩계 펀드인 퍼시픽애셋매니지먼트와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머큐리에셋어드바이러저리의
실제 주인은 동일 인물인 게 확실했다.
하지만 또다시 벽이었다.
이수민을 만날 뽀족한 방법이 없었다.
머큐리애셋어드바이저리의 국내 사무소일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가더라도
성과는 없을 게 분명했다.
골똘히 생각하던 마 기자는 전화기를 돌렸다.
방법은 하나,
취재원을 통해 정보를 취합하는 수밖에 없었다.
"형님, 마 기잡니다."
마 기자는 검찰청사 앞 주차장에 있는
차 안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그래. 별일 없고?"
검사는 사무적인 말투였다.
"네, 항상 그렇죠,
형님 근대 혹시 퍼시픽애셋이라고 아세요?"
마 기자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응, 요즘 열심히 수사하는 곳
말하는 거 아니야?"
마 기자는 문득 귀를 의심했다.
수사 중인 것은 확인된 셈이었다.
"네, 그 펀드 실질소유주가 검은 머리 외국인인
것 같던데..."
마 기자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게 개연성이 높지,
외국인을 검찰이 수사하기는 쉽지 않았다."
검사는 다시 단서를 제공했다.
"혹시 실소유주에 관해 나오는 게 있습니까?"
마 기자는 실소유주만 알면 모든 게
분명하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글쎄, 아직까지 특별한 게 없어 보이던데..."
결정적 순간에 돌안 온 건 공허한 메아리였다.
자신의 산건도 아닐뿐더러
설혹 알더라도 수사 정보이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예상했던 답이었지만 허탈감이 몰려왔다.
다른 취재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모른다고 답했고,
그나만
나은 취재원은 혹시나
얘기가 들리면 알려 주겠다는 상투적인
친절을 보일 정도였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는 데까지는
해 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다.
마음을 다잡고 전화를 다시 잡으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조금 전에 통화해썬 취재원 중에 한
사람이었다.
"마 기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검찰이 퍼시픽 관련해서 아틀란이라는
회사를 압수 수색한 모양인데,
거기 문모 씨인가 사람이 있나 봐."
"네 형님,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 기자는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인터넷 등기소를 통해
아틀란 법인 등기를 검색했다.
주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000-1번지.
재연 오피스텔 1501호,
대표 문형원.
"이 사람이구나,
그럼 해외 펀드 국내 연락책으로 보이는
이수만 명의만 빌려준 사람인가?"
외국계 펀드인 퍼시픽애셋매니지먼트와
머큐리애셋어드바이저리의 명의상 대표는
이수만.
하지만
실제로는 문형원이라는 사람이
아틀란 이라는 회사를 통해
이들 펀드를 운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제 발로 뛸 차례였다.
불청객 / 2010년
재연 오피스텔 15층 입구.
엘리베이터로 15층까지 올라오는 데
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각 호실로 들어가는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딩동"
"누구세요"
벨을 누르자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흘러나왔다.
"네, 문형원 씩 계십나까?"
마 기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장님은
이쪽으로 안 오시는 데요.
무슨 일로 그러시죠?"
젋은 여자는 문형원을 "사장"이라고 칭했다.
제대로 찾아온 게
분명했다.
"MBS에서 왔는데요."
"............"
"사장님 좀 뵐 수 있을까요?"
"..........."
"여기가 퍼시픽애셋 운용하는 데 맞죠?"
".............."
MBS에서 왔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적이 흘렸다.
이미 검찰이 퍼시픽애셋을 수사한다는
기사가 보도된 상태였다.
이 판국에 기자까지 찾아왔으니
이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울 터였다.
마 기자는 다시 벨을 눌렸다.
"그런 분 안 계세요.
귀찮게 하지 마세요"
젊은 여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직원은 당황한 나머지 실수를 저지렸다.
좀 전에는 문형원을 사장이라고 하더니,
그런 사람을 모른다고?
또다시
벨을 눌렸다.
잠시 정적인 흐르더니 스피커를 토해
짜증 섞인 목소릴가 들려왔다.
"저희 드림 말씀 없고,
그런 분도 없어요.
지금 업무 봐야 하니까,
벨 누르지 마세요.
또 누르면 아예 전원을 꺼 버릴 겁니다."
마 기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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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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