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묻는 남자
사람들은 김현우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용했고, 말도 많지 않았다.
회식 자리에서도 크게 떠들지 않았고, 누군가와 싸우는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반드시 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다.
"정말 그런가요?"
"누가 말했나요?"
"증거가 있나요?"
"언제 있었던 일인가요?"
그는 습관처럼 질문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답답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되었다.
현우는 상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같은 회사에는 유명한 사람이 있었다.
박민석.
그는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데 능했다.
직접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상대를 흔드는 말을 잘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던데?"
"네가 잘못 기억하는 것 같아."
"그 사람도 너를 싫어하더라."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그래서 민석 주변에는 늘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어느 날.
민석은 현우에게 접근했다.
"현우 씨."
"네."
"팀장님이 현우 씨를 별로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보통 사람이라면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현우는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언제 말씀하셨나요?"
민석은 잠시 멈췄다.
"그냥 들었어."
"누구에게서요?"
"음..."
"정확한 표현은 뭐였나요?"
민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며칠 후.
민석은 또 시도했다.
"이번 프로젝트 실패 원인이 현우 씨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민석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하지만 다음 말이 이어졌다.
"회의록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뭐?"
"프로젝트 관련 자료도 검토해 보고요."
"그럴 필요까지 있나?"
"사실이면 고쳐야 하니까요."
결과는 달랐다.
프로젝트 실패는 현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부서의 일정 문제였다.
민석이 퍼뜨린 이야기는 며칠 만에 사라졌다.
민석은 점점 이상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흔들렸다.
그런데 현우만은 달랐다.
무슨 말을 해도 바로 믿지 않았다.
무조건 확인했다.
어느 날.
민석은 복도에서 말했다.
"사람들이 현우 씨를 답답하다고 하더라."
현우는 웃으며 물었다.
"누가요?"
"그냥 여러 명."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건 좀..."
"그러면 제가 직접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민석은 말을 멈췄다.
그날 이후 이상한 일이 생겼다.
민석은 현우와 대화를 피하기 시작했다.
현우가 있는 자리에서는 말을 아꼈다.
현우가 회의에 참석하면 발언이 줄었다.
현우가 질문을 시작하면 화제를 바꾸었다.
왜일까?
현우는 싸우지 않았다.
비난하지도 않았다.
화를 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민석은 불편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현우는 모든 이야기에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근거는 무엇인가요?"
"확인된 사실인가요?"
"누가 직접 말했나요?"
"문서가 있나요?"
민석은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용하던 방식은 상대가 확인하지 않을 때만 통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추측을 사실로 믿을 때.
감정이 앞설 때.
소문이 검증되지 않을 때.
그때만 효과가 있었다.
반면 현우는 달랐다.
누군가를 믿기 전에 확인했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증거를 찾았다.
누군가의 말을 듣더라도 직접 검증했다.
그래서 민석의 말은 힘을 잃었다.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후배가 현우에게 물었다.
"선배님."
"응?"
"왜 민석 과장님은 선배님만 보면 말을 아끼는 것 같아요?"
현우는 웃었다.
"글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현우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사실을 확인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추측은 오래 버티기 어렵거든."
그 후에도 현우는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말을 무조건 믿지도 않았고 무조건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저 확인했다.
사실을.
증거를.
기록을.
그리고 회사 사람들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은 시끄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사람 앞에서는 소문과 왜곡이 힘을 잃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