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사람에게 맡기세요
중견기업 영업지원팀의 팀장, 강태수는 부하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회의 때마다 말했다.
"아직 멀었어."
"더 배워야 해."
"실력이 부족해."
"이 정도로는 안 돼."
처음 입사한 직원들은 열심히 노력했다.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수의 기준은 늘 높았다.
어떤 직원이 성과를 내도 그는 말했다.
"운이 좋았네."
"아직 부족해."
"더 노력해야 해."
직원들은 점점 지쳐갔다.
어느 날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다.
이름은 최도윤.
나이는 서른다섯.
다른 회사에서 오래 일하다가 이직한 사람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입사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태수는 회의실에서 도윤을 불렀다.
"도윤 씨."
"네."
"이 보고서 봤어?"
"네."
"수준이 부족한데?"
"어떤 부분이요?"
"전체적으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태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냥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거야."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태수는 평소처럼 이어갔다.
"더 배워야 해."
그때였다.
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잘하는 분께 맡기시면 되겠네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태수는 눈을 크게 떴다.
"뭐?"
"제가 부족하다면 더 잘하는 분이 계실 텐데요."
"그건..."
"저는 제가 강점 있는 업무를 맡겠습니다."
"배울 생각은 없어?"
"배울 생각은 있습니다."
도윤은 차분하게 말했다.
"다만 회사는 성과를 내는 곳이지 평가를 듣기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니까요."
태수는 당황했다.
대부분 직원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도윤은 달랐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싸우지도 않았다.
그냥 논리적으로 답했다.
며칠 뒤.
태수는 또 말했다.
"도윤 씨는 아직 영업 감각이 부족해."
도윤은 웃었다.
"그렇다면 영업 감각이 뛰어난 분이 맡으시면 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저는 데이터 분석 업무에서 성과를 내겠습니다."
"팀원은 시키는 일을 해야지."
"물론입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 지시는 따르겠습니다. 다만 부족하다고 판단하신다면 더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말이 힘을 잃고 있었다.
몇 달 후.
도윤은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
매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선했고 업무 시간을 크게 줄였다.
임원들도 만족했다.
회의에서 임원이 물었다.
"이 시스템 누가 만들었습니까?"
"최도윤 대리가 만들었습니다."
"좋군요."
임원은 웃었다.
"회사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태수는 도윤을 불렀다.
"도윤 씨."
"네."
"이번 건은 잘했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부족한 부분은 많아."
도윤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 부분은 잘하는 분께 맡기시면 됩니다."
태수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몇 달 동안 똑같은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태수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직원들에게 "부족하다"는 말은 자주 했지만, 무엇이 부족한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막연한 평가를 하면 상대가 움츠러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윤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잘 못한다."
그러면 도윤은 말했다.
"그럼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됩니다."
"더 배워야 한다."
그러면 도윤은 말했다.
"무엇을 배우면 되는지 알려주세요."
"아직 부족하다."
그러면 도윤은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인가요?"
결국 태수는 자신의 말을 돌아보게 되었다.
막연한 비판은 쉽다.
하지만 구체적인 피드백은 어렵다.
1년 후.
태수의 팀은 많이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단순히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이 부분은 자료 구성이 좋았습니다."
"여기는 숫자 근거를 보완하면 좋겠습니다."
"이 업무는 김 대리가 강점이 있으니 맡아보세요."
도윤은 여전히 차분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종종 말했다.
"비판을 들으면 감정적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후배가 물었다.
도윤은 웃으며 답했다.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됩니다."
"구체적으로요?"
"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
"막연한 평가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날 이후 팀원들은 조금씩 달라졌다.
누군가 "못한다"고 말하면 움츠러들기보다 이유를 물었고,
누군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개선 방법을 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은 이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막연한 비난이 아니라 구체적인 피드백이기 때문이었다.